Fair Scheduling
그라운드룰: 공평하게 말하기
“회의 내 deadlock과 starvation을 방지하고, fair scheduling을 추구한다”. 내가 속한 총대마켓 팀의 그라운드 룰이다. 무슨 뜻일까? 쉽게 말해 회의 속 자원인 ‘말’을 모두가 공평하게 한다는 뜻이다.
‘피로 쓰이는 안전 수칙’이란 말이 팀 그라운드룰에도 적용된다. 협업을 더 잘하기 위해 총대마켓 팀이 몸소 고군분투하며 만들어 나간 그라운드룰 제1법칙을 소개한다.
1 . 말(자원)은 모두가 공평하게
모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일부의 의견만 듣고 움직이기보단 모두가 비슷한 양의 의견을 내도록 한다. 회의마다 슬랙 스레드를 관리해 말하고 싶거나 말이 너무 길어질 때 표현하는 수단을 마련한다.
컴퓨터 용어로 회의 내 deadlock과 starvation을 방지하고, fair scheduling 을 추구한다.
문제 정의: 말을 못 하는 사람 존재
총대마켓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운 좋게도 굉장히 이른 시점에, 우연한 계기로 드러났다. 팀을 결성한 지 2주가 조금 지난 시점에, 타 팀원이 잘 모르겠다고 질문한 내용이 마침 내가 잘 아는 내용이라 설명을 맡게 된 상황이었다.
설명하다 말이 길어졌고, 질문한 팀원이 무언갈 말하고자 한단 신호를 놓친 채 혼자만의 대화를 해버렸다. 이를 제3의 팀원이 제지했는데, 당시 해당 팀원이 사용한 언어적 표현이 조금 날카로워 아쉬웠다. 또한, 말이 길어져 이러한 상황을 만든 스스로에게도 아쉬웠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본론만 꺼내보자면 총대마켓이 가장 처음 마주한 문제는 아래와 같았다.
말이 길어진 사람이 있다.말이 길어질 때 이를 제지할 수단이 부족하다.
처음엔 단순히 일부 팀원을 위한 ‘길어진 말과 날카로운 제지 방식’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사실 당사자들끼리 서로의 의도를 설명하고 오해를 풀며 해결하였다. 그런데 그 모색 과정에서 팀원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덧붙이다 보니, 운 좋게 총대마켓 팀 전원이 느끼는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말이 긴 사람’이란 컨텍스트에서만 바라봤던 문제가 조금 더 파보니 아래와 같이 ‘총대마켓 회의의 문제’로 발전했다.
회의할 때 유독 말이 많은 사람들이 몇몇 있다.말이 많은 사람들로 인해 회의 중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회의 시간에 모두가 말을 공평하게 할 수단이 부족하다.
팀의 해결책: 표현 수단 마련하기
먼저 지금과 같은 회의 방식이 왜 문제인지를 분석했다. 총대마켓은 극초기 스타트업과 비슷한 환경이다. 7명이라는 소수 인원이 각자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 스타트업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팀원 모두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이때, 일부의 의견만으로 팀이 나아간다면 이는 결국 7명 중 일부만으로 팀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설령 좋은 의도일지라도 누군가의 말이 너무 많아 다른 이가 말할 기회를 잃게 된다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팀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회의 중 누군가의 말이 길어지거나, 누군가 말을 못 하는 상황이 생길 때 이를 표현할 수단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편안한 방법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렇게 우리가 도출한 행동 지침은 아래와 같다.
회의마다 슬랙 스레드를 열고 아래의 이모지로 의사를 표현한다. : 말하고 싶을 때 : 한 명이 말이 너무 길어질 때슬랙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선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슬랙 스레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이들이 말을 글로 간략히 정리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어 특히 요긴했다. 문제 발견 시점으로부터 4주가량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우리가 경험한 문제 해결 과정은 팀을 끈끈하게 만들어 주었다.
처음엔 해결해야 할 문제였지만, 이젠 없어선 안 될 총대마켓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한 번 솔직하게 각자의 아쉬움을 털어놓았더니 이후 신기하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어떤 새로운 문제를 마주해도 우리는 다시 한번 함께 해결해 낼 수 있으리란 믿음과 자신감이 팀을 하나로 이끌었다.
개인의 해결책: 대화를 상대에게 위임하기
내 유연성 강화 목표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동시에 당당함을 잃지 않기’다. 이를 위해 원래 실험해 보고 있던 계획은 아래와 같았다.
상대방의 말에 대해 바로 내 의견을 말하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한 번 더 언급하며 칭찬한 뒤 내 의견 말하기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었을 때 일단 그 안에 그 만의 논리가 있음을 인지하고 집중해서 듣기
팀의 문제를 마주했을 당시, 개인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해 볼만한 점도 함께 고민했다. 이에 따라 협업을 잘하기 위한 실험 계획으로 하나를 더 추가했다. 조금 추상적인 실험 계획일 수도 있다.
대화를 상대에게 위임하기
이에 대해 구체화해 보자면, 가장 먼저 ‘회의에서 듣기에 집중한다’가 있다. 팀원들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게재하도록 듣기에 집중한다. 그러고 나서 내가 생각한 내용의 핵심만 팀원들의 의견에 얹어 말한다. 이 방식은 말을 길게 하지 않고 핵심만 말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동시에 팀원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설명 방식 바꾸기’가 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설명할 때 이전에 내가 주로 과외할 때 사용하던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화법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에게 계속해서 듣고 싶은 게 무엇인지 역질문하는 방식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이 방식을 통해 상대가 궁금한 부분만 더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내가 말하기 전에 회의에서 비교적 말이 적은 팀원에게 혹시 먼저 말할 게 있냐고 물어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대화를 상대에게 위임하는 방식은 매우 많다. 예전엔 위임이 책임 회피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위임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알아가며 성장하는 요즘이 즐겁다.